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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의학신문 칼럼_[Doctor's Mail]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할까 봐 두려워요

ironjune 2023. 6. 16.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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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의학신문 | 최강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연) 곧 새로운 회사로 이직을 해야 합니다. 낯선 환경, 새로운 사람들, 처음 보는 업무들로 둘러싸일 텐데 벌써부터 너무 걱정되고 불안해서 잠도 잘 수가 없습니다.

제가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요? 제 경력보다 실력이 너무 하찮아서 새 직장 동료들이 저를 무능하다고 생각하거나 저한테 실망하면 어떡하죠? 다들 저보다 훨씬 능력도 좋고 뛰어나서 제가 한심해 보이면 어떡하죠? 제가 해낼 수 없는 업무가 주어지면 어떡하죠? 조직장이 저를 괜히 뽑았다고 생각하면 어떡하죠? 수습 기간을 통과하지 못하거나 하면 어떡하죠?

물론 처음이고 적응하는 기간은 주겠지만, 세상은 신입 사원이나 미성년자, 사회 초년생한테는 관대하지만 나이를 먹고 연차가 쌓일수록 박해져요. 저의 어리숙함이나 미숙함이 용서받을 수 있는 기간은 앞으로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점점 더 줄어들겠죠?

분명 더 나은 회사에 가서 새롭게 출발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인데도 불구하고, 이런 불안함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서 입사하기도 전부터 우울증이 온 것 같아요. 벌써 실패한 것 같고, 아무것도 해내지 못할 것 같고, 사람들이 저를 손가락질할 것만 같습니다. 

저도 제 걱정이 괜한 걱정이고, 해 봐야 안다는 걸, 지금 걱정해 봤자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는 걸 머리로는 이해하고 있으나… 마인드 컨트롤이 제 뜻대로 안 돼요…. 정말 제가 실패하면 어떡하나 부정적인 생각만 들고 불안해져서 도망치고만 싶어요.

 

사진_ freepik

 

답변) 안녕하세요, 사연자님.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곧 새로운 회사로 이직을 앞두고 있으시네요. 그런데 이직을 앞두고 이런저런 고민과 불안함이 많으신 듯 보입니다. 새로운 출발은 우리에게 설렘이나 기대감을 품게 하기도 하지만, 또 잘 적응할 수 있을지, 어려움은 없을지 걱정과 두려움이 앞서기도 하죠.

 

직장 생활에서 특히 중요하게 여겨지고 또 평가받게 되는 부분은 크게 두 가지 영역이 아닐까 싶습니다. 첫 번째는 업무적인 능력과 역량일 것입니다. 기업은 직원들 개개인에게 역할을 부여하고, 서로 협력함으로써 공동의 목표를 추구하고 이윤을 창출하게 됩니다. 그리고 직원들은 그에 상응하는 보수를 회사로부터 받게 되지요. 따라서 내가 속한 회사의 조직원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를 어느 정도 소화해 낼 수 있어야 합니다.

 

사연자님께서는 아마도 현재 근무하고 계신 직장보다 좀 더 좋은 조직 환경과 더 나은 처우를 약속받고 이직을 결정하신 것으로 짐작됩니다. 그야말로 좋은 기회가 온 것이지요. 그런데 이렇게 좋은 기회가 눈앞에 다가왔는데, 그 기쁨이나 기대감을 만끽하기보다 부정적인 상황에 대한 걱정과 과도한 불안감으로 인해 힘들어하시는 모습이 무척 안타깝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회사에서 사연자님을 선발하기까지 무턱대고 사람을 뽑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곳에서 충분한 검토와 면접을 통해 사연자님께서 자기 조직이나 팀에서 필요한 업무를 해 나갈 수 있는 분이라는 판단이 들었기에 선발 결정을 내렸을 겁니다. 그러니 너무 겁부터 먹지 마시고, 지금 하는 일의 연장선이라는 생각으로, 또 잘 모르는 것이 있으면 차차 배워 나가면 된다는 마음가짐으로 여유를 가지려고 노력해 보셨으면 합니다.

 

아무리 경력자라도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업무를 하게 된다면, 처음에는 누구라도 모르는 것이 많고 또 모든 게 낯설기 때문에 적응하기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기 마련입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모르는 것을 아는 척, 아직 익숙하지 않은데 익숙한 척하는 것이 차후에 일을 더 크게 만들 여지가 있다는 것입니다. 처음에 잘 모르고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솔직하게 이야기해서 차차 알아가고, 점점 익숙해지는 모습을 보여 줄 때 사람들도 마음을 열고 신의도 쌓아 갈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사회에서 능력 있는 사람은 좀 더 쉽게 인정받습니다. 그러나 제아무리 능력이 좋다 해도 조직은 혼자만의 힘으로 일할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그렇기에 다른 사람들과 협동하고 또 팀원들과 조화를 이루려는 노력 역시 중요합니다.  

 

그러니 이직하는 직장에서 사연자님만의 비전과 신념을 세우고 성실히 임하신다면 비록 새로운 환경이지만 점차 적응해 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이를테면 ‘업무와 사람들에 대한 개방성을 유지하면서 꾸준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 주겠다.’는 생활 태도를 신념으로 삼고 직장 생활에 임하실 수도 있을 것입니다.

 

사진_ freepik

 

별것 아닌 것 같아 보이는 한 줄짜리 문장이지만 현재 사연자님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할까 봐 두렵다.’처럼 불안하고 부정적인 생각들을 하나둘씩 확신에 차고 긍정적인 문장들로 바꿔 보신다면 어떨까요? 

 

매일 아침 출근길이나 불안한 생각이 들 때마다 혹은 잠자리에 들기 전에 스스로 어떤 생각과 태도로 회사 생활에 임할지를 정해 보는 것이죠. 지금 사연자님께는 이직을 앞두고 부정적인 생각이 두드러지는 자기 대화의 모습이 엿보입니다. 이렇게 부정적인 사고로 점철된 자기 대화를 하다 보면 스스로에 대한 불신이나 비관적인 ‘해석’에 더 초점을 맞추게 되기 때문에 일의 성과에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사연자님께서는 지금의 ‘부정적 자기 대화’를 ‘긍정적 자기 대화’로 바꿔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즉, 자기 자신이나 상황에 대해서 부정적인 생각이나 관점이 무의식적으로 떠오를 때마다 이를 인식해서 자꾸만 긍정적인 생각이나 관점으로 의식적으로 바꿔 주는 연습을 해 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예를 들면, ‘내 실력이 너무 하찮아서 새 직장 동료들이 나를 무능하다고 생각하거나 실망하면 어쩌지?’라는 부정적이고 자기 회의적인 생각이 떠올랐다면, 먼저 이런 생각에 의문을 품과 반박하는 입장과 증거들을 찾아보는 겁니다. ‘나는 실력이 없지 않아. 왜냐하면 그동안 지금 직장에서도 충분히 실력을 인정받았고, 그래서 좋은 회사에 이직할 기회도 생긴 거니까.’ 이렇게 부정적인 생각을 반박할 명확하고 구체적 증거까지 찾을 수 있다면, 긍정적인 자기 대화는 더 효과를 발휘하게 되고, 점차 자기 자신이나 상황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방향으로 이끌어 줄 것입니다.  

 

사진_ freepik

 

그리고 사연자님께서 낯선 환경과 새로운 업무에 잘 적응하지 못할까 봐 걱정하시는 마음에는 일종의 ‘불안’이라고 하는 감정이 강하게 작용하는 듯합니다. 불안이라는 감정은 많은 경우 ‘예측이 어려운 미래에 대한 일종의 스트레스 반응’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우리의 마음이 불안해질 때는 신체도 함께 반응하기 쉽습니다. 심장이 빨리 뛰거나 식은땀이 나거나 빨리 불안한 상황에서 빠져나오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지만 그럴수록 불안감은 해소되기보다 더욱 증폭되기 쉽죠.

 

그러나 이러한 불안에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다 보면, 정작 필요한 곳에 쏟아야 할 에너지는 점점 바닥나고 어떤 일에 집중하기도 어려워집니다. 따라서 우리는 ‘불안’이라는 감정에 잠식되지 않고, 이 불안을 잘 다룰 수 있어야 합니다.

 

불안감을 불러일으키는 생각이나 감정들은 그야말로 천차만별입니다. 사람에 따라 제각각이고, 또 한 사람에게도 불안감을 가져오는 상황은 그때그때 달라집니다. 그 사람의 예민한 성격이나 성장 환경, 기질이나 특정한 경험과 기억 등도 영향을 미칠 수 있죠. 

 

그러나 불안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적당한 불안감은 새로운 도전과 일에 집중하게끔 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하니까요. 그러나 일상에 만연하거나 극심한 불안은 자신과 세상에 대한 안정감과 신뢰감을 잃게 만듭니다. 따라서 이런 분들에게는 자신의 불안감을 잘 다루면서 이 불안을 생산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배울 필요가 있습니다.

 

일단 불안한 감정이나 생각들이 올라올 때는 그것을 너무 조급하게 쫓아 보내거나 억누르려고 하지 마시고, 차라리 어느 정도 그 생각이나 감정들을 가만히 바라보는 게 좋습니다. 그러나 지나친 생각은 더 많은 불안감을 가져올 수 있으므로 시간을 정해 놓고 불안한 생각이나 걱정을 처리해 보는 거죠.  

 

예를 들면, 사연자님께서 새로운 직장에서 하게 될 업무에 대한 걱정과 불안감이 크시다면, 지금부터 현실적으로 준비해야 할 사항이 있는지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고 키워야 할 역량이 있다면, 조금씩 실력을 쌓아 나갈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옮기는 것입니다. 이렇게 걱정할 시간에 하나라도 더 실력을 쌓아 간다면, 그만큼 불안감은 낮아지고 자기 신뢰와 문제 해결 능력을 키워 갈 수 있을 것입니다. 

 

만약 지금 당장 걱정해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거나 준비할 수 있는 게 없다면, 그때는 깨끗하게 생각을 지워 버리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불안한 생각이나 마음이 들면 차라리 몸을 움직여 가벼운 운동을 하거나 산책을 나가거나 음악을 듣는 식으로 자꾸 생각을 차단해 보는 것이죠. 

 

걱정이나 불안감이 전혀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리고 때로는 이러한 걱정이나 불안감 때문에 우리는 우리에게 필요한 역량을 키우고 미래에 대비하며 준비할 수 있게 됩니다. 즉, 불안과 걱정도 어느 정도는 우리 삶에 있어서 필요하고, 또 긍정적인 역할도 있습니다. 그러나 과도한 걱정과 불안은 어떤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우리를 지치게 만들고, 그래서 정말로 역량을 발휘해야 할 때 제대로 실력을 펼치기 어렵게 만듭니다.

 

만약 앞서 말씀 드린 여러 가지 실천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큰 불안감과 걱정 때문에 수면 문제까지 지속된다면, 전문가를 찾아 지금의 불안감과 부정적인 생각에 대해 함께 다루어 보면서 도움을 받으시는 것도 한 가지 방법으로 추천 드리고 싶습니다.

 

모쪼록 “세상에는 완벽한 사람은 없으며, 또 누구든지 실수를 통해 성장하고 배운다.”는 응원의 메시지를 사연자님께 전하며 오늘의 상담글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사당숲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최강록 원장 

 

원문링크

http://www.psychiatric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34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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